15. 처음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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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 글쓰기가 아니라 이제는 100개 글쓰기로 바꿔야겠다. 지금 이걸 일 년이 다 되도록 질질 끌고 있다니..

 

성인이 되면서 학생이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 놓았던 것을 하나 하나 시도해보고 있다. 워낙 변화를 싫어해서, 처음 무언가를 한다는 건 나에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지금 생각나는 '처음 시도한 것'들에는 렌즈 착용, 향수 사용, 알바 등이 있다. 쓰고 보니 몇 없네.. 특히나 나는 나 자신을 꾸미는 것에 서툴기 때문에 마음먹는 것도 꽤 시간이 걸렸다. 렌즈는 올해 2월쯤에 6개월짜리 렌즈로 시작했다. 처음 렌즈를 끼고, 빼는 게 너무너무 무서웠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한다면? 이라거나 눈 위에 얹어진 렌즈를 영영 못 뺀다면?처럼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했다. (물론 지금은 초보라면 다들 이런 생각.. 할 수 있다고 생각함) 요즘은 렌즈 착용하는 데에 1분도 안 걸리지만, 처음에는 거의 1시간 동안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씩 렌즈를 착용하고 외출했을 때 보는 세상은 안경으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안경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보는구나..

 

향수의 경우 역시나 내가 좋아하던 아이돌에게 영향을 받은건데, 그 아이돌이 사용하던 향수를 손민수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요즘은 나의 취향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더 커져서 시향 후에 조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로 구매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역시 너무 과하지 않아 코를 찌르지 않는다는 것. 어릴 때 멋모르고 산 룸스프레이의 독한 향, 지하철에서 풍기는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스럽지 않다는 게 좋다. 태어난 지 20년 만에 처음 써보는 향수의 첫인상은 아주 좋았다.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오히려 진하게 계속 유지되는 게 부담스러운 향수 초심자에게 그다지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30ml여서 아까운 마음 반, 빨리 쓰고 새로운 향수를 사고 싶은 마음 반이다. 나와 이 향이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이렇게 처음 시도하는 게 없었다면 나는 작년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은 어렵다. 하지만 처음이 지나가면 내가 몰랐던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내딛는 기분이다.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내 영역들이 가깝게는 오늘, 멀게는 몇 년 후의 나를 만들어가는 거겠지.  나만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