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3 때 쓰던 파일을 뒤적거리다가 잃어버렸던 민증을 찾았다. 와. 영영 없어진 줄 알았는데 기말 시험지 사이에 껴있었다. 파일 정리하다가 고3 때 생각이 나서 오늘은 수능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 학교 이과는 홍익여고나 이대부고로 나눠져서 시험장을 배정 받았다. 7:3의 비율로 나눠졌던 것 같은데, 나는 3에 들어서 이대부고로 가게 되었다. 우리 반에서 내가 기억하기로 5명 정도였다. 수능 전 날 친구랑 같이 이대부고에 갔었다. 시험장 위치를 보고, 다시 집으로 가서 담임 선생님이 주셨던 간식들도 좀 먹고 계속 영어 지문 공부했다. 지구과학 파이널 책도 마무리를 다 못했다. 한 80정도 밖에 공부하지 못했음. 시간이 빠르게 흘러서 새벽 1시인가 2시정도 쯤에 잤고 다음날 6시 좀 넘어서 일어나서 아빠가 태워다 준 시험장에 도착했다.
들어가는데 기자들이 사진 찍고.. 일성여고에서 나오신 할머님들께 응원도 받고 들어갔다. 들어가니까 사람은 몇 없었고 내 자리에 앉았는데, 이때부터 뭔가 좆된 것을 느꼈다. 창가쪽 맨 앞자리였는데; 심지어 바로 옆에 청소도구함도 있었다. 심지어 같은 고사장에서 수능 본 사람들이 내놓은 가방이 내 발끝에 닿을 정도였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 앉히며.. 들고 간 수특 화작문을 펼쳐서 읽었다. 긴장감이 감돌고 너무 조용했다. 그러고나서 국어를 봤고 책상이 좁아서 너무 답답했다. 국어 끝나고 아무 생각이 없었고.. 희지한테 받은 페레로로쉐 초콜릿을 하나씩 까서 먹었다. 수학 볼 때는 조금 오줌 마려웠는데; 걍 참았다. 점심시간 되서 혼자 자리에 앉아서 가져온 불낙죽을 먹었는데 정말 입맛이 뚝 떨어져서 얼마 먹지도 않고 닫았다. 점심시간에는 지구과학을 조금 보고 이명학 파이널 책 들고 가서 연계 예상 지문 읽었다. 영어 시간에는 앞에 있는 감독관 콧소리가 너무 거슬렸다. 허 시발.. 어째저째해서 영어도 무사히 보고. 시간이 5분정도 남았는데 이게 바로 연계의 참맛이군요를 속으로 외쳤다. 과탐은 생지를 봤는데 생명은 최저 과목이 아니어서 그냥.. 봤다. 역시 어렵더군요. 지구과학은 성적이 나름 나오던 과목이어서 2등급을 바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마지막장은 1개 빼고 거의 다 찍은 기억이 난다. 끝나고 핸드폰 돌려 받기까지 멍때리면서 시발이라는 욕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시험이 끝나고서 핸드폰을 받고 현조한테 지구과학 너무 어렵지 않았냐고 문자했다. 나와서는 성하를 만나서 같이 학교를 내려왔다. 그리고 이대부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너무 추웠고 지구과학에게 당한 배신감 때문에 허망하고 짜증났다. 만원버스 한 대를 보내고 겨우 버스 타서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이미 국어랑 영어는 답지가 떴었던 상황이라 2호선에서 메가스터디로 채점했다. 영어가 1등급 떠서 너무 기뻤다. 아현역에서 내려서 마을버스 타고 집에 가는데도 뭔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집 와서 옷 갈아입고 누워서 사랑한다는 뜻이야를 들었다. 아이유 러브포엠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시발~ ㅠㅠ) 지구과학 가채점표를 못써서 그때부터 정병에 휩싸인채 한 3주 정도를 살았다. 지구과학 4등급 뜨는 악몽을 서너번은 꾼 것 같다. 수능 다음날에 이대랑 건대 떨어지고 존나 우울했다. 홍대 최저도 못 맞추면 바로 숙대행이라 너무 슬펐다.
수능 성적표 받기 전에 추정 등급컷으로 나는 지구과학 4등급이어서 이대로 홍대도 안녕하는가 싶었다. 다음날 성적표 받으러 학교에 갔다. 기적적으로 내 성적표에 찍힌 지구과학 3등급을 보고 드디어 나 홍대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최초합 발표날에 홍대에 썼던 두 장 모두 예비를 받았다. 너무 짜증났다. 대학 붙으면 핸드폰 바꾸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리도 맨날 불합격해서 그 다음날에 바로 아이폰 11로 바꿨다. 핸드폰 바꾸고 나와서 이디야로 들어가서 숙명여대 확인을 했는데 드디어 붙었다. 혹자는 추합 마지막으로 들어가는게 제일 좋은거라고 했다. 근데 수시 6장 중에 5장 불합하면 그 생각이 바뀐다. 그냥 아무데나 합격 한군데라도 붙어야 마음이 편하다. 홍대 교과는 적정이었는데도 예비 받고서 숙대도 예비 받을까봐 너무 불안했는데 최초합이어서 너무 기뻤다. 숙대에 예치금 넣고 추합을 기다렸다. 교과는 2차? 3차 추합에 붙었고 종합은 끝내 추합되지는 못했다. 홍대에 붙고 숙대에 넣어 두었던 예치금을 환불 받고 홍대에 최종 등록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게 분명 숙대만 되면 홍대라도 가고 싶었는데, 홍대 등록하고서는 한급간이라도 대학을 올리고 싶어졌다.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ㅋㅋ) 다음편에서 이어서 써야지.. 물론 지금은 그냥 찐홍익인이 되어가고 있음.